거식세포
골수세포의 대표
골수세포들은 임파세포와는 달리 항원을 하나하나 특이적으로 인식하지는 못합니다. 임파세포들은 항원을 하나하나 정교하게 인식하는 것과는 다르게 골수세포들은 항원이 들어오면 항상 동일한 방식으로 방어에 나서게 됩니다. 작은 동네에 늑대가 나타나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뛰어나와 몽둥이와 꽹과리를 들고 늑대를 쫓아내겠지요? 이번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면, 마을 사람들은 늑대의 경우와 동일하게 반응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임파세포들은 고도로 훈련된 특수부대의 병사들이라면, 골수세포들은 앞에서 예를 들었던 작은 마을의 주민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골수세포에도 종류가 많습니다만, 편의상 한 가지 세포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식세포(巨食細胞) 또는 대식세포(大食細胞)라고 하는 탐식세포(貪食細胞)가 있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이나 외부 물질, 그리고 수명을 다한 우리의 세포들을 잡아먹는 세포입니다. 언뜻 보면 청소부의 역할 정도만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만, 거식세포(macrophage)는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을 잡아먹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과정을 거쳐 외부에서 항원이 침입하였다는 사실을 임파세포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병원성 미생물이 하나씩 들어오면 그 항원의 양이 적기 때문에 B 세포나 T 세포들은 이들의 존재를 무시하게 됩니다만, 거식세포가 잡아먹은 병원성 미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항원들을 모아서 세포 표면에 붙여둡니다. 이때의 항원의 양은 임파세포들에게 적절한 출동명령을 내릴 수 있는 양이 됩니다. B 세포나 T 세포가 놓칠 뻔 했던 항원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지요.
우리 몸의 방어 기작을 요약해 보면, 거식세포와 같은 골수세포들이 일차 방어를 맡습니다. 이들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면 거기에서 면역 반응은 중지됩니다. 하지만 골수세포들의 방어 능력을 넘어서는 정도의 외부 공격이 있다면, 비로소 임파세포들이 출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골수세포들은 항원을 어떻게 알아볼까요? 늑대인지 집 나간 강아지인지 어떻게 알아볼까요? 이들도 손으로 더듬어서 상대를 인식합니다. 오랫동안 이들의 인식 방법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지만, 최근에 이르러, 특히 미생물들이나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들은 나름대로의 공통된 표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현상수배범의 얼굴을 보고 범인을 체포하는 경우로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거식세포들도 T 세포처럼 여러 종류의 면역 조절물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들도 들어 있는데, 면역 반응이 일어나면, 우리 몸에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염증(炎症; inflammation, 영어로도 불꽃이라는 말입니다)이 수반되는 것입니다. 저는 종종 면역 반응은 곧 염증 반응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염증 반응의 특징을 알아볼까요? 여러분들이 모기에게 물렸을 때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선 물린 자리가 부어오르지요? 그리고 그 부위가 빨갛게 됩니다. 기억이 나실까 모르겠습니다만, 그 부위를 만져보면 주변에 비하여 좀 뜨겁다는 것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기의 경우에는 가려운 정도겠지만, 염증이 심해지면 그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네 가지 현상, 즉 붓고, 붉어지고, 뜨겁고, 아픈 현상들은 항상 한꺼번에 일어납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염증 반응이 중지되면 괜찮겠지만, 전투가 크게 벌어지고 쌍방 간의 피해가 커지게 되면, 우리 몸에는 병적인 증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리 몸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다음 그림에서 왼쪽의 네 사람들이 나타내는 염증 반응의 특성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후대에 들어 맨 오른쪽의 사람이 하나 첨가되어 염증 반응의 결과로 우리 몸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횃불에 데고, 바지가 벗겨져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지고, 배가 불뚝 솟아 있고, 부숴지는 기능(팔이 떨어졌네요)에 발등을 찍혀 통증을 느낀다는 매우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여기에서 염증 부위가 부어오르는 것은 그쪽으로 백혈구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며, 붉어지고 열이 나는 것은 혈관이 팽창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직의 팽창으로 인하여 그곳을 지나가는 신경에 자극을 받기 때문에 통증이나 가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적절한 방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각한 병증이 나타나거나, 때로는 만성 염증(慢性 炎蒸; chronic inflammation)으로 이어져 오랫동안 고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염증 반응은 거식세포만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임파세포들도 필요하면 이러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거식세포의 많은 기능들은 필요할 때 다시 조금씩 소개하겠습니다.
백혈구에는 아직 소개하지 않은 세포들이 몇 가지가 남아 있습니다만, 이들도 필요할 때 소개하겠습니다. 이제 혈구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에는 임파계(淋巴界; Lymphatic System)에 대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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