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달 전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혈구(血球) 이야기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으로 인하여 매스컴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용어들 때문에 좀 멀리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다시 백신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백신의 주인공인 백혈구에 대하여 살펴볼까 합니다. 당연히 적혈구도 살펴보아야 하겠지요.
여러분은 “피”라고 하는 말에 우선 두려운 마음이 먼저 생기겠지만, 오늘은 피를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지난번에 혈청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피의 응고를 잠깐 언급했지요. 피는 액체 성분과 고체 성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굳이 고체라고 표현한 것은 세포라는 말로 바꾸어도 무방합니다. 오늘은 피에 들어있는 혈구세포에 국한하여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피에 들어있는 적혈구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피가 빨간 색을 띄고 있는 것은 적혈구들이 세포 안에 헤모글로빈(hemoglobin)이라는 색소를 가지고 있어서 나타나는 색입니다. 적혈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폐에서 산소를 받아서 온 몸의 조직에 산소를 운반해 주는 일입니다. 그 기능을 맡아보는 분자가 헤모글로빈입니다. 적혈구의 숫자는 남성의 경우에는 1 입방 밀리미터(1 mm X 1 mm X 1 mm)에 약 5백만 개의 적혈구를 가지고 있으며, 여성은 남성보다 약 10%가 적은 450만 개의 적혈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혈구의 수명은 약 120일 정도입니다. 적혈구는 골수에서 만들어지며 수명을 다한 적혈구는 간에서 분해되며 세포 속에 들어 있던 헤모글로빈은 다시 활용되거나 아니면 빌리루빈(bilirubin)으로 분해되어 장을 통하여 배출되는데 대소변의 누런색은 바로 빌리루빈의 색입니다. 간에서 담즙이 쓸개를 통하여 췌장으로 내려오는데, 이 길이 막히면 황달이 일어납니다. 황달도 바로 빌리루빈 때문에 생기는 색입니다.
붉은 색소의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있는 적혈구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피의 양은 체중의 13분의 1 정도라고 합니다. 여러분께 흥미로운 계산을 부탁해 보겠습니다. 당연히 계산기를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체중이 65kg인 남성의 골수에서는 매초 몇 개의 적혈구가 만들어질까요? 위에 필요한 자료는 다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들은 모두 수명이 있습니다. 여러분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여러분이 태어났을 때의 세포가 아닙니다. 매 순간 우리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적혈구의 수명이 120일이므로 지금부터 120일이 지나면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적혈구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모두 새로운 세포로 바뀌어 있는 것입니다.
적혈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피 한 방울을 떨어뜨려 현미경으로 살펴본다면 적혈구 이외의 세포를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백혈구가 가끔 보이기도 하지만, 여러분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특별한 방법으로 혈구를 처리하면 백혈구들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백혈구는 한 가지 세포가 아닙니다. 백혈구에는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데,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혈액 속에서 적혈구와 함께 흐르고 있는 백혈구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한 그룹은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임파세포(淋巴細胞, 淋巴球; Lymphocytes)이며, 다른 그룹은 골수세포(骨髓細胞, 骨髓球; myelocytes)입니다. 백혈구들 가운데 골수에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혈액으로 나오지 못하면서 세포의 일부분이 조각으로 변하여 혈액으로 내 보내는 세포가 있는데, 이는 골수세포의 일종으로 거핵세포(巨核細胞, 巨核球; megakaryocytes)가 있는데, 이 세포의 조각들이 혈청 속에 떠 있는 혈소판(혈소판; platelets)입니다.
면역을 담당하는 임파세포들은 다시 B 세포와 T 세포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들이 면역 기능을 학습하는 기관, 즉 점액낭(粘液囊; Bursa)와 흉선(胸線; Thymus)의 영문 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입니다. 이들을 발견하게 된 역사도 나중에 살펴보겠습니다. 임파세포들은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항원을 만져보고 인식하게 됩니다. 만져보는 팔이 세포마다 특이하기 때문에 하나의 임파세포는 한 가지의 항원만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그 인식은 대단히 정교하기 때문에 우리의 면역시스템은 대단히 많은 항원을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을 외부와 내부의 적으로부터 지키는 임파세포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B 세포는 항원을 인식하면 그 항원을 공격할 수 있는 항체(抗體; antibody)를 만들게 됩니다. 항체들은 혈액을 타고 온 몸을 돌면서 정확하게 그 항원만 공격합니다. 항원이 없어지게 되면 당연히 그 항체들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지만, 그 항체를 만들었던 기억은 남게 되어 다시 동일한 항원이 들어오게 되면 매우 빠르게 그리고 매우 강하게 반격하게 됩니다. 면역 기억이 바로 백신을 맞는 이유가 되겠지요.
T 세포는 항원을 직접 접촉하여 파괴합니다. 당연히 T 세포가 항원을 인식하는 것도 B 세포와 마찬가지로 한 가지 항원을 특이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B 세포가 포병이라면 T 세포는 백병전을 치르는 보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T 세포가 면역 반응을 보이는 방식은 B 세포에 비하여 매우 다양하기는 합니다만, 오늘은 T 세포와 B 세포가 협력을 해야 비로소 강력한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는 말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두 면역세포들의 협력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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