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이 알고싶다
항체 시리즈 2: 항체의 작용
면역이 이루어진 동물의 혈청 속에서 항원과 결합할 수 있는 항체라는 단백질을 발견한 면역학자들은 항체에 의하여 병원성 미생물들이나 이들이 만들어 내는 독과 같은 물질들이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알게 되면서, 미생물에 의한 질병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고,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게 됩니다.
코로나-19의 양성 판정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혈액에 이 바이러스를 인지하여 물리칠 수 있는 항체를 주사하면 당연히 이 바이러스들은 꽁꽁 묶이어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됩니다. 20세기 초까지 수많은 어린이들의 목숨을 앗아 간 디프테리아는 이 세균이 분비하는 독성물질(毒, toxin) 때문인데, 이 독을 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열처리 등을 통하여 약독화(弱毒化, attenuation)시킨 다음 동물에 주사하면 이 독에 대하여 작용하는 항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항체를 환자의 혈액에 주사하면 항체가 혈액 속에 돌아다니는 독과 결합하여 더 이상 독성을 나타낼 수 없도록 묶어 놓습니다. 이렇게 항원을 묶어 놓을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지난 시간에 설명 드렸듯이 항체에는 동일한 항원을 인지할 수 있는 팔이 두 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항원을 묶어 놓는 현상을 응집반응(凝集反應, agglutination 또는 aggregation)이라고 합니다.
항체의 항원결합부위는 “Y”의 양팔의 끝부분이며, 왼손과 오른손처럼 좌우 대칭이 아니라,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동일한 항원을 동시에 인지하는 것입니다. 팔이 두 개이므로 항체가 여럿이 모이면 응집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구요.

혈액형 검사는 모두 다 해보셨겠지요? 현미경 관찰할 때 사용하는 슬라이드 글라스에 생리적 식염수를 한 두 방울 떨어뜨리고, 여기에 귓불이나 손가락 끝에서 한 두 방울의 피를 채취하여 섞어 준 다음, 토끼에서 얻은 사람의 A형 적혈구를 인지하는 항체와 B형 적혈구를 인지하는 항체를 잘 섞어 주고 조금만 기다리면, 혈액형을 인지하는 항체들이 적혈구를 응집시키기 시작합니다. 혈액형 검사에서 일어나는 응집반응을 특별히 혈구응집반응(Hemagglutin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항체는 이처럼 항원에 작용하여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만 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마다 우리 몸의 특정한 부위에만 감염하고 있습니다. 감기 바이러스, 또는 이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에 감염하고, 뇌염 바이러스는 뇌에, 그리고 간염 바이러스는 간에 감염하지요. 바이러스가 세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특정한 분자와 결합을 해야 하는데, 이것을 우리는 바이러스의 수용체(受容體, receptor)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수용체들도 바이러스마다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열쇠와 자물쇠처럼 정확한 경우에만 결합한다는 말입니다. 만일 우리가 이 수용체를 인지하여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사용한다면,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항체가 바이러스보다 먼저 이 수용체와 결합을 한다면, 바이러스는 그 세포로 들어갈 수가 없게 되겠지요. 오래 전에 캐나다에서 개발된 감기 예방약은 감기 바이러스가 결합할 수용체를 미리 막아버리기 위하여 코에다 뿌려 주는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결합할 수용체를 발견할 수 없는 바이러스들은 어떻게 될까요? 특히 변종(變種, variant)이 많이 존재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에는 이와 같은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겠지요.
항체 한 분자에는 항원과 결합할 수 있는 팔이 두 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면역학자들은 팔이 10 개나 되는 항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으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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