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세종(優勢種)이라고요? -- 용어의 오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이종이 머지않아 우세종이 될 것이라고 방송은 연일 목청을 높이고 있습니다. 우세종이 무슨 말인지 대개는 짐작하시겠지요? 영어의 “dominant”를 번역한 말입니다. 그런데 “세(勢)”라는 말은 “세력(勢力)”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조만간 오미크론 변종이 아주 센 변종이 될 것이라는 말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dominant”는 적어도 여기에서 만큼은 “수적 많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즉 오미크론 변종에 의하여 감염된 환자의 숫자가 다른 변종에 감염된 사람보다 월등히 많다는 뜻일 뿐, 오미크론 변종의 독성이 무시무시하게 독하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라는 말입니다. 사망자가 발생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를 보면 오미크론의 전염력은 우세하지만 그 독성은 생각보다 약한 모양입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Mufid Majnun on Unsplash
그렇다면 현재 생물학계에서 쓰는 말은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점유 수준이 뛰어난 상태를 의미하는 말로 우점종(優占種)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황 우석 박사가 “줄기 세포”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영어의 “stem cell”이라는 말은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줄기 세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전까지 이 분야를 공부하던 사람들은 “모세포(母細胞)”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골수에서 우리 혈액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를 조혈모세포(造血母細胞; hematopoietic stem cell)”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모세포라고도 부르지만 지금 우리가 말하는 “줄기 세포”는 “간세포(幹細胞)”로 번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기둥 세포”라는 말이 되겠지요? 물론 식물의 줄기는 영어로도 “stem”이 맞습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National Cancer Institute on Unsplash
황 우석 박사의 번역이 잘못된 번역은 아닙니다만, 학계에서 쓰는 용어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며, 위에서 “dominant”를 학계에서는 이미 “우점종”이라고 번역하고 있는 것을 누군가가 우세종이라고 하는 바람에 모든 매스컴이 우세종이라고 사용하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며, 번역된 용어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므로 매스컴에서는 특히 이런 점을 유의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요즈음 신문 방송사에는 학위를 가진 전문가들이 많이 계십니다. 사소한 일 하나 하나에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Tai's Captures on Unsplash
비슷한 예를 하나 더 들고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철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신문 방송에서는 조류 독감이 발생했다고 보도합니다. 이 때 그 바이러스의 독성을 이야기하면서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설명을 하는데, 영어의 “high pathogenicity” 또는 “low pathogenicity”를 직역한 결과입니다. 물론 병원성이 높고 낮다는 말이 잘못된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독성을 이야기할 때에는 “강독”과 “약독”이라고 합니다. 백신을 제조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병원성 세균이나 물질의 독성을 약화시키는 과정을 “약독화(弱毒化)”라고 합니다. 저는 매스컴에서 강병원성과 약병원성으로 번역을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용어는 완벽할 수 없고, 또 사람들은 오래되자 않아 익숙해지기 마련이기는 합니다. 씁쓸한 기분은 저 혼자 달래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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